2007/12/03 - [UX] - 좋은 사용자 경험이란 무엇일까

1. 자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국집에 가서 메뉴를 보니 자장면이 가격도 저렴하고 같이 간 사람이 맛있다고 추천합니다. 그런데 짬뽕을 주문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어제 자장면을 먹었다 <-- 드래그 )

2.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후보지가 두 군데 있는데, 첫 번째 후보지가 가깝고 경비도 덜 들고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두 번째 후보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 작년에 갔었다.)

다소 싱거운 소리지만 좋은 사용자 경험의 두 번째의 힌트는 '새로운 경험' 입니다. 새로운 경험이 항상 좋은 경험일 수는 없지만, 같은 수준의 만족을 주는 경험이라면 새로운 경험이 더 좋은 UX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것은 데이트를 계획 할 때나, 점심 메뉴를 고를 때 등 다양하게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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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소니 카메라의 광고 이미지가 ipod나노를 표절  해서 시끌시끌 했던 적이 있습니다. 약간 논점에서 빗나갔지만 제가 위 사례를 소개드린 이유는 그 포스트에 적힌 문구중 인상적인 문장이 있어서 입니다. "휴대 음악플레이어는 모두 소니 워크맨이 조상이니까 왈가불가 하지말아라" 라는 것이죠. 물론 작성자는 농담삼아 쓴 말이지만 이처럼 워크맨이 창의적 혁신제품으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유는 기존에 없었던 '이동중 음악감상' 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1877년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후 120년 만이고, 1950년 가정용 테이프레코더가 개발 된지 30년이 지난 후에야 일어난 일입니다. 집에서 음악을 듣는 것 보다 이동중에 음악을 듣는 것이 더 좋은 UX 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새로운 경험일 뿐입니다. 만약 워크맨이 단순히 기존 음악감상을 업그레이드하는데 그친 제품이라면 사용자의 기존 음악 감상패턴을 온전히 대체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정용 오디오 기기는 나름대로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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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0년전 KT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시티폰이 실패한 이유도 저는 '새로운 경험' 이라는 UX 의 관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신전용 전화기인 시티폰은 확실히 좀더 편리한 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그때만해도 길게 늘어서 있던 공중전화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운이 좋다면 현재 있는 장소에서 편하게 전화를 걸 수 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밖에서 전화를 건다는 것이 새로운 경험은 아닙니다. 공중전화보다 조금 편한 경험일 뿐이죠. 반면 삐삐는 기존에는 없었던 '집밖에서 연락을 받는다' 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었고, 휴대폰이 보급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습니다. 카페에 앉아있으면 'oooo번 호출 하신 분' 이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 들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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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S가 대중화 되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가 지도 위에 사진을 놓는 서비스 입니다. 과제 발표 중 당연한 듯 비슷한 아이디어가 소개되었을 때 뜻 밖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게 왜 좋나?" 라는 것이었죠. 저도 여행을 갈 때는 GPS 단말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얻은 데이터로 지도 위에 사진을 정리하지만 생각해보니 사실 기존의 시간 순으로 보는 것과 비교해 딱히 좋을 것 도 없었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 은, 촬영 장소를 안다는 것은 이전에는 불가능 했던 일이고, 새로운 경험 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새롭다는 사실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고 다소 비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좋은 UX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욕 하면서 듣는 음악,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며 찍는 캠코더, 물속에서 찍는 사진 등이 비슷한 예일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이 좋다는걸 누가 모르나?  과연 너무 막연한 단서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한번 새로운 장소에서의 새로운 행동으로 한정해서  '환경 x 행동 매트릭스'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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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환경 x 행동 매트릭스


아주 오래전에는 오페라하우스 같은데에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기의 발명으로 가정에서 음악감상이 가능해 졌고 그것이 오늘날에는 자동차나, 모바일 환경은 물론 변기욕조안에서 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위 표에서는 무리해서 모든 셀을 채워 넣기는 했지만,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하면서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HP의 음성메시징을 강화한 아이팩 512 보이스 메신저가 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걸으면서 독서를 한다? 오디오 북이 가능하겠지만 시각적인 정보 제공이 없어 역시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참신한 접근 이었다고 판단되는쪽은 운동과 관련된 열입니다. 운동 + 음악감상의 경험을 강화한 Nike+, 운동 + 촬영을 결합한 미니캣 스포츠와 운동 + 게임을 결합한 Wii Fit. 등 재미있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각 셀의 경험을 강화할 수 도 있겠지만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행동을 찾는 것(새로운 열이나 행을 생성하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경험을 찾을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전국민이 웃통 벗고 땀 흘리며 길거리를 뛰어다니는 사회라면 운동 중 조작 가능한 UI가 필수가 될 것입니다. 전국민이 Segway 를 타고 다닌다면 자동차 옆에 Segway라는 새로운 줄이 하나 생겨야 합니다. 이 모든 문제의 답도 역시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PMP로 밤늦은 퇴근버스에서 공포영화를 보신적이 있으신지요? 창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이어폰속의 효과음은 공포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무심코 옆자리를 본 순간, 내 옆에서 졸고 있는 승객이 갑자기 잠을깨서 내 목덜미를 물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기존에 하지 못햇던 새로운 행동을 가능하게 해주면, 새로운 경험을 줍니다. 이 '새로운 경험'이 좋은 사용자 경험의 두번 째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Posted by 진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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