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UX를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 그전에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주자라는 말이 그저 ‘잘해보자’ 라는 공허한 이야기와 과연 차이점은 있는 걸까요.

ISO 9241-210:2010 에서는 User Experience를 다음과 같이 정의 하고 있습니다. “Person's perceptions and responses resulting from the use and/or anticipated use of a product, system or service”  이 정의를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소리가 흥겹게 절로 납니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때,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면접을 본다면 그냥 '열심히' 준비 하는 것 보다는 면접관의 책상 위에 있는 평가용지에 어떤 항목들이 있는지 알면 합격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같은 맥락에서 좋은 UX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막연한 UX의 정의 보다는 이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들을 본다면 좀더 구체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Wikipedia 에서는 Utility, Usability, Aesthetics, Identification, Stimulation, Value 라는 6가지 항목을 예로 들고 있는데요, 일부 항목들은 오히려 UX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아 저는 위에 언급한 ISO문서를 한번 더 인용하겠습니다. “Usability criteria can be used to assess aspects of user experience.”

UX를 평가하는데 Usability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Usability의 기준을 살펴 보면 되겠군요. 사용성의 기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효과(Effectiveness), 효율(Efficiency) 그리고 만족(Satisfaction)을 고려해야 합니다.

효과적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데, 이것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 버터플라이 투표용지나 장기기증 설문지처럼 사용자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ClearRX를 디자인한 Deborah Adler도 한 디자인 학회에서 잘못된 약병디자인 때문에 자신이 부모님이 서로 바꾸어 약을 복용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Rory Sutherland는 2009년 TED강연에서 "런던에서 파리까지 가는 기차 여행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 에 대한 예를 듭니다. 공학자들이 내놓은 답은 선로를 개선해 시간을 40분 단축하는 것이었고, 자신이 제안한 방법은 탑 모델들을 고용해서 비싼 샴페인을 여행 내내 따라주는 것이라고 하죠. 물론 기차는 제대로 파리에 도착(effectiveness)한다는 가정하에 전자는 효율(Efficiency)을 향상시키는 방법이고 후자는 만족(Satisfaction)을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효과, 효율, 만족의 세가지 기준은 일상 생활에서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예전에 UX Design과 여행경험을  Process관점에서 빗대어 포스팅을 한적이 있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여행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 하는 것을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좌측 이미지는 작년 여름의 여행루트 입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일행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사용자들의 needs를 만족시켜야 했었죠.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먼저 정한 것은 마치 제품의 기능을 정하는 것처럼 일단 가고 싶은 목적지들을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여행에서 별다른 사고 없이 미리 계획한 목적지들을 모두 둘러보았다면 효과적인 여행(Effectiveness)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여행이었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경험을 주지는 않습니다. 목적지들을 둘러보기 위해 효율과 만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경치가 좋은 길이 있다면 다소 돌아가더라도 지방도로를 택합니다. 만족(Satisfaction)을 위해 효율(Efficiency)을 포기하는 거죠. 한편 때로는 미리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날은 효율을(Efficiency)를 극대화하여 고속도로를 하루 종일 내달립니다. 몸은 피곤하고 재미도 없지만 애초에 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결국 이런 단위경험들이 모여서 전체 여행경험이 만들어지게 될 테니까요. 자기가 직접 여행을 계획하지 않고 패키지 여행을 고를 때에도 둘러보는 목적지들만 보고 선택하다 보면, 막상 관광지는 잠깐 정차만하고 면세점에서 몇 시간씩 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제품을 살 때 기능만 보고 사는 경우와 마찬가지로요.

이상 말씀드린 내용은 UX관련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물론 대부분 다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얼마 전 “Usability 먼저 잘 하고 나서 UX-문맥상 Satisfaction-을 고민하던지 말던지” 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서 그게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끝으로 Usability를 이야기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users 와 context 입니다. 작년 이맘때 파일 첨부를 안하고 메일을 보내려는 실수를 막아준 Gmail이 고마워서 Facebook에 위 이미지를 올린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의도와는 달리 댓글로 부정적인 의견도 많이 주시더군요, 이처럼 같은 기능이라도 context와 user 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경험을 주기도 합니다. 사실 저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도 한분은 좀더 느긋한 여행을 즐기시길 원했고 다른분은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기를 원했기때문에 둘다 완벽하게 만족시키기는 불가능 했었고요. 그래서 UX Design이 더 어려운 것이겠죠.

Posted by 진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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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esignkiller.blog.me 당근킬러 2012.07.09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메일을 감시한다기 보다는 아마 시스템적으로 저런 설정을 잡은거 같은데..
    User들로써는 오히려 그 친절함이 역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하는군요.
    좋은 글 잘 보고 퍼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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