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강박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나네. 강박사

네 안녕하세요. 지구를 지키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어쩐 일로?

쇠돌이 에게 마징가를 맡겼더니 조종을 제대로 못해서 첫 화부터 이미지가 말이 아니네. 마징가 Z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줄 수 있겠나?

아… 저도 봤습니다. 문제가 많더군요. 일단 조작패널 버튼에 레이블이 하나도 없어요 처음 타는 쇠돌이가 무엇을 눌러야 뭐가 나가는지 알게 뭐란 말입니까.

그래서 부탁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안되겠나? 아… 난 슈퍼천재 강박사니까 기술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네


그렇다면 태권V 처럼 Brain-Computer Interface를 적용하시는 것은 어떤가요. 기체와 조종사가 한 몸이 되어 헬박사를 무찌르세요

닥치게. 평소에 쇠돌이가 국회의사당을 부수고 싶다고 항상 말하는데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어쩔 건가. 무엇보다 쇠돌이는 훈이처럼 태권도 같은 거 할 줄 모르네.


그럼 손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콤바트라 V 의 헬멧을 만드세요. 헬멧을 통해 조종법이 자동으로 기억세포에 저장되어 저런 꼬맹이도 파일럿이 될 수 있죠. 마징가 기체는 손 안보셔도 되고 좋네요

매트릭스 네오처럼 뒤통수에 구멍이라도 뚫으란 소린가? 그리고 억지로 기억을 주입시키다니 저런 위험한 기술을 만들 수는 없네. 휴머니티가 없어!

위험한 건 매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손자 분이 걱정되신다면 철인28호 처럼 리모컨이라도 만드시면 어떤가요?

지금 집에 있는 리모컨만해도 몇 갠데. 리모컨을 또 만들라고?

아니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내 손자를 아끼긴 하지만. 그렇다고 비겁자 처럼 보이게 할 수는 없어. 그리고 괴수에게 당할 때 마다 파일럿이 괴로워 하는 장면이 없으면 흥행이...

좋습니다. 그럼 겟타 로봇의 Multimodal Interface 를 추천 드립니다. 필살기 소리치면서 동시에 레버만 당기면 음성인식이 되어 명령이 먹혀 들어요.

……

왜 이것도 마음에 안 드시나요?

조종사 꼴이 웃기지 않나. 무슨 어린이 만화도 아니고 "로켓 주먹!" "브래스트 파이어!" 를 매번 외치란 소리인가? 하나뿐인 손자를 바보로 만들 순 없네

(이뭐병)

다음!

없어요. 그냥 쇠돌이한태 매뉴얼 3번 정독하라고 하세요

뭣이?

아니 그나저나 첫 화에 바로 돌아가셨으면서 어떻게 여기 계신겁니까?

시끄럽네

  
웃자고 썼는데 써놓고 보니 별로 안 웃기네요. 아이디어 발상법중에 모든 장애물을 무시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이나, '만약에?' 라는 질문을 계속 하는 방법도 있죠. 이경우에는 만약 기술적인 제한도 없이 말만하면 다 만들어준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보았는데도 100% 완벽한 마징가 조종법이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1996년 IBM이 "신제품이 실패하는 이유" 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술적인 문제로 실패한 경우는 고작 12% 라고 합니다. 사용자의 니즈를 잘못 파악한 원인이 45%로 가장 높았고요. 다른 자료로 일본 과학기술청에서 기술예측이 실패한 이유를 알아보니 기술자체의 어려움보다는 사용자, 사회, 경제적요인등 그 외적 요인이 71%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기업에서의 유망사업 발굴 및 사업화 전략'>

나는 멋진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는데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 못한다고 생각되면 그건 지금부터 10년뒤, 100년뒤라고 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때가 되어도 여전히 같은 문제는 존재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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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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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장희 2010.09.24 16: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공감가는 글들이 많네요....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2. 구름 2010.10.09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빵빵터지면서 읽었습니다. ㅎㅎ

  3. 오버맨~ 2010.11.25 08: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