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거 OOO 대학 연구소에 유사한 과제가 있습니다.”, “작년 XXX 전시회에서 본 것과 비슷한데요.”, “제가 알기엔 △△△기업에서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비단 타인에게서 듣는 경우뿐 아니라, 웹서핑하다가도 유독 비슷한 컨셉제품이나 연구과제들이 눈에 잘 들어오기도 하고요.

이처럼, 현재 구상 중인 아이디어와 비슷한 아이디어들을 발견했다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와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니 프로젝트 주제를 잘 잡았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이거 레드오션이네. 다른 아이디어를 찾아봐야겠는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저는 전자 처럼 긍정적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어차피 처음부터 이 아이디어가 유일하다고 확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견되지 않았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죠. 아주 어렸을 때 읽은 어떤 책에서 본 삽화 중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요, 하얀색 까마귀가 ‘내가 발견되기 전에는 모든 까마귀는 검은색인 줄 알겠지!’라며 웃고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역설을 설명하는 내용이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흰색 까마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의 발견이었죠. 자유로운 분위기의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온, 모두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도 바로 회의가 끝나자마자 누군가 ‘이런 게 있었네요.’라면서 비슷한 것을 찾아 보내기도 합니다. 하물며 ‘될성싶다.’라고 선정한 아이디어라면 말할 것도 없겠죠.

둘째는, 그렇지만 우리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독창적이라니 무슨 소리냐 하실 수도 있지만, ‘독창적이다.’라는 의미는 ‘차별된다.’와는 다릅니다. 스스로(獨 ) 창조해낸(創 ) 아이디어라면 독창적이죠. 그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유사한 다른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지만,  타인의 아이디어를 표면적으로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쳐 생성해낸 아이디어라면 고유한 컨셉이 있는 것이고 충분히 진행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Ideation 과정에서 나온 초기 아이디어가 완벽히 일치해도 Concept development 단계를 지나면 가치가 달라집니다.  똑같은 아이디어 Seed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Design Iteration을 몇 번 돌고 Implementation을 하면 이게 정말 처음에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결과물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비록 유사한 아이디어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확신이 있다면, 다른 아이디어를 찾는 시간에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잘 발전시킬까를 고민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의 iPhone이 출시되고서 Time 지는 “The Apple Of Your Ear “라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따지고 보면, 아이폰에 새로운 기능은 별로 없다. 스티브 잡스가 음성 메일이나 텍스트 메시지, 모바일 웹브라우징을 발명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잡스는 그 기능들이 엉망이라는 것을 알아챘고, 그것들을 고쳐냈다.”

애초에 문제는 무엇을(What) 제공해 줄 것인가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있는 기능들을 어떻게(How) 제공해 줄 것인가 였죠.

그래서 아이디어 선정(Screening)의 방법은 아이디어의 평가(Evaluation)가 아니라 아닌 전망(Forecast)입니다. 아이디어를 선정하는 간단한 방법의 하나는 시장성, 경쟁우위, 유용성, 합리성 등의 기준 및 기준별 가중치를 정하고 각각의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방법이 있죠.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몇몇 아이디어들을 걸러낼 수는 있어도 ‘정말 할만한’ 아이디어를 선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더 깊은 통찰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아이디어 수준의 상태에서는 아직 How에 대한 가치가 부여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선정할 때는 그 아이디어들이 발전 되어, 인터페이스 방식이나 시스템설계, 서비스제공 방법 등 아직 개발되기 전인 구체적인 요소들이 덧붙었을 때의 미래를 예상하여 전망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마치 수확할 열매를 상상하며 씨를 뿌리 듯이 말입니다. 남의 씨앗이 나의 씨앗과 비슷하다고 농사를 포기하기보다는 어떻게 더 잘 키울지를 고민하는 것이 좋겠죠.

차별성보다는 독창성, What과 함께 How도 고려 , 평가보다는 전망을 통한 선택이 Ideation 단계에서 마음에 두어야할 항목들 입니다.



Posted by 진영규

트랙백 주소 :: http://uxlog.com/trackback/57 관련글 쓰기

  1. Subject: “이거 ~랑 똑같은데?”

    Tracked from isdead: The Cynical Felix. 2009/04/17 17:06  삭제

    http://uxlog.net/57 Ideation 진행 중 유사한 아이디어를 발견했을때 기획 업무를 진행하면서, “야, 이거 ~랑 똑같은데?” 라는 소리를 들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분들 많을 것이다. (물론 ...

  2. Subject: 아이디어 실행하기

    Tracked from BKLove Blog 2009/04/20 18:24  삭제

    UXlog에서 "Ideation 진행 중 유사한 아이디어를 발견했을때"를 읽고 이어본 글입니다. 첫째, 어차피 처음부터 이 아이디어가 유일하다고 확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견되지 않았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죠. 둘째는, 그렇지만 우리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Ideation 과정에서 나온 초기 아이디어가 완벽히 일치해도 Concept development 단계...

  3. Subject: 김이장의 생각

    Tracked from sonyoue's me2DAY 2009/05/04 12:28  삭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을까? 또 하늘 아래 완벽히 똑같은 것이 있을까? 어차피 최고로 복잡하다는 인간도 4가지 염기서열로 만들어졌는데… : UXlog: User Experience Blog :: Ideation 진행 중 유사한 아이디어를 발견했을때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안지윤 2009/04/17 1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답습니다 ㅜㅜ Two Thumbs Up!!
    나중에 글이 더 모인다면 감히 출판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2. 안지윤 2009/04/17 1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제가 감히 출판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어순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

  3. Favicon of http://isdead.kr isdead 2009/04/17 15: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랑 비슷한 것 같은데?" 라는 발상 과정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이 Ideation을 진행하다 보면, '내가 보기엔 전혀 똑같지 않은데?'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의견들도 나오곤 합니다. 가치관과 해석 방향/능력의 차이로 인한 의견 충돌인거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야 똑같잖아!'라고 하기 전에 두가지 방법을 통해 조금 더 의미있는 아이디어 수집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아이디어를 '다 그려서' 보여주기
    말 그대로 아이디어의 시작부터 끝까지, 유의미한 수준으로 귀결하여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이죠. 문서나 그림, 또는 프로토타입으로 정리가 되어있다면 뚜렷한 찬성/반대의 의견들이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2. 왜 '비슷'한지 물어보기
    보통 비슷하거나 똑같다는 의견을 주는 경우에는 Vague한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의견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는 분명히 자신이 인지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적절한 용어로 풀어내지 못하기 때문인데... 만약 비슷하다는 의견을 정확하게 수렴할 수 있다면, 기존의 아이디어를 좀 더 탄탄한 기획으로 옮겨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uxlog.net 진영규 2009/04/22 0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둘다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 그리는'데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얼마냐가 또 이슈가 될 수 있을것 같고요. 트랙백 해주신글 잘 읽었습니다.

  4. Favicon of http://www.sukhyun.com/blog 빨빤 2009/04/20 1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기의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

    • Favicon of http://uxlog.net 진영규 2009/04/22 0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해주신 '시기'가 먼저나온게 중요한 특허에서의 선행기술과 같은 의미 이신지, 적당한 시점이 중요한 타임 투 마켓을 말씀하신것인지 고민했습니다. 아마 두번째 의미로 말씀하신것 같은데 아이디에이션에서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에는 저도 물론 공감합니다. 새롭다고 낸 아이디어가 수십년전에 사장되었던 아이디어인 경우도 있었고요. 그때는 안됬어도 지금은 될 수 있겠죠? :)

  5. Favicon of http://lemonflavor.tistory.com 레몬에이드 2009/04/21 0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이런 글을 많이 기다렸습니다 ㅎ

  6. 하이버 2009/04/24 1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롭고, 다르고, 입이 딱 벌어질 만한 그런 것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Innovation = 애플 아이팟(아이폰) 식의 좁은 의미로 해석되다보니 아이데이션 몇번 하다보면 '세상에 새로울거 하나 없네? OTL' 기운 쭉 빠져버리는거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How를 통해 Who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를 보게 된다면, 각각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꺼 같은데..그걸 볼줄 아는 눈을 기르기란..어려운 얘기인거 같습니다 하하..

    • Favicon of http://uxlog.net 진영규 2009/04/25 0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도 다행인게 혼자하는 일이 아니라 팀웍이라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그런 눈이 없더라도 누군가 볼줄 아는 사람 한명만 있으면 되니까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실무자가 그런 눈으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역시 의사결정자가 갖고 있는 경우가 더 필요할것 같고요.

  7. Favicon of http://www.ithcity.com 김이장 2009/05/04 0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전자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다른 사람들이 너무 긍정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하더라구요. 앞으로 제 아이디어를 보호할 때 잘 활용해야겠습니다. 다르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닌데 차별화가 너무 강조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독창적'이라면 똑같이 따라하려 해도 따라할 수 없는 거 아닐까요? ^^

    • Favicon of http://uxlog.net 진영규 2009/05/08 08: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밖에서 보기엔 같아보여도, '남들이 하고 있는것을 버고 내가 하는 것'과 '내가 하다보니 남들도 하더라'는 분명히 다른 상황인거죠.

  8. 김고은 2009/05/06 1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내용입니다.
    구체화 단계에 들어가려던 아이디어와 유사한 서비스가 출시되어, 김빠져하고 있던 사람이 읽고 갑니다.

  9. 홍승환 2009/05/07 2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우... ^^ 넘 멋진글입니다...

    저희 연구소쪽 조직개편 소식 들으셨나요?
    조직개편에 맞추어 교육도 기획한다고 들었는데, 진전문님이 강의 한 번 하시는 것으로 얼핏 본 거 같네요...

    이제 완전 유명인사가 되셔서 다음에 또 세미나 요청하기에 어려워질까봐 걱정입니다... ^^;;

    // 수정: 아, 까마귀는 albino 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를 보니 아니군요. 신기하네요... ^^;

    • Favicon of http://uxlog.net 진영규 2009/05/08 15: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으.. 유명인사라니 당치 않습니다. 원래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잖아요. 저는 말 잘하는 사람 말고 일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말이죠 :S

  10. Favicon of http://blog.naver.com/ssoowoo 김수 2009/05/08 1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용기가 되는 글이네요. ^^;

  11. Favicon of http://uxfactory.com 재먕 2009/05/15 1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제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글이네요 ^.~ (joke)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