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월드에서 맥북에어의 잘빠진 모습을 보고 아직은 여전히 제품디자인이 제품의 구매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UX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우울한 이야기 이지만 맥OS라곤 써 본적이 없는 제가 소프트웨어가 아닌 제품 디자인만 보고 갖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으니까요. 현지에서 판매했다면 그냥 카드를 긁어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iPhone 등이 S/W중심 제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시 하겠습니다.

사실 이성적으로는 스펙과 기능, 소프트웨어, 내구성, 사용성 등을 판단해서 제품을 사려고 하지만 막상 가판대 앞에 서서는 '저거 이쁘네' 하고 충동적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제품 설명을 보고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대다수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더 하겠죠.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Macbook Air없는 3가지에 대한 것입니다. 부족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Sacred Cows 죽이기에 더 가깝습니다.

첫째, MacBook Air 에는 Wire가 없습니다. 아, 물론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최소한의 선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칫솔님의 "'무선'이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도하는 맥북 에어" 내의 표현을 빌리면, "선의 종말을 고하듯, 종전 관습을 깨겠다는 과감한 결단으로" 선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유선 네트워크 단자가 없기 때문에 무선 네트워크 환경을 갖추어야 하고. 하나뿐인 USB 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블루투스 마우스를 사용해야 합니다. 한편 Macbook Air의 제품 소개 페이지에는 무선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 맥월드에서 함께 발표된 Time Capsule을 통해 무선으로 백업을 하고, 무선으로 다른 PC의 ODD를 사용하며, 무선으로 마이그레이션을 하고, 무선으로 영화를 빌려봅니다.

 

"Without wires, you're free to go anywhere"


둘째, 멀티터치의 복잡한 기능이 없습니다. 작년 스티브 잡스가 iPhone을 소개하면서 자랑스럽게 자신들이 발명했다고 말한 Multi-touch 기술은 애플이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Fingerworks 라는 작은 회사의 기술을 2005년 7월 애플이 사들인 것이죠. 그로부터 약 2년 뒤 multi-touch 기능을 담은 iPhone을 내놨고 3년 뒤 Macbook Air에 멀티터치 트랙패드를 선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3년경 저는 Gesture Interface를 사용한 Photo Album 디바이스에 대한 과제를 진행하고 있었고 벤치마킹을 위해서 Fingerworks 사의 iGesture 패드를 구입했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제품을 받아 들고 멀티터치 제스처 인터페이스의 경험을 마음껏 누려줄 테다 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쓰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검지, 중지와 약지를 동시에 클릭하면 더블 클릭이고 엄지, 중지와 약지를 클릭하면 마우스 우측버튼 뭐 이런 식인데 가능한 제스처의 종류와 기능이 너무 많았습니다. 물론 꾸준히 학습해서 익숙해진다면 편리하게 쓸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런 수고를 기꺼이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사실 iPhone에서 멀티터치 기능을 고작 줌인/아웃 하는 데에만 사용한 것을 보고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일들이 가능한데 말입니다. 불투명한 패드 위에선 가능해도 투명한 스크린에서는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없었나 보다 라고 막연하게 추측하고는 곧 잊어버렸죠. 하지만 이번 Macbook Air의 멀티터치 트랙패드의 데모를 보고는 확실히 알았습니다. 많은 가능한 기능들이 의도적으로 제거되었다는 사실을요. iGesture pad의 퀵가이드를 보면 적어도 50개 이상의 제스처 입력셋이 있습니다. 하지만 맥북에어의 트랙패드 소개페이지에는 10개뿐이죠. 기본적인 탭과 드래그, 클릭 기능을 제외하면 다섯 개뿐입니다. Functionality와 Simplicity 중 Apple은 단순함을 선택했습니다.


[ iGesture pad 의 퀵 가이드]


마지막 셋째는 친환경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MacBook Air 의 LCD에는 수은이 없고, 유리에는 비소가 없으며, 보드에는 BFR과 PVC가 없습니다. 사실 애플이 그다지 친환경 기업은 아닙니다. 오히려 환경보호 단체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으며 독이든 사과 로 불리기도 합니다. 2007년 12월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 업체 중에는 삼성과 소니에릭슨이 7.7점으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고 Apple은 6점으로 중하위 정도 수준입니다. 기업 이미지에 비하면 그다지 좋은 점수는 아닌 셈이죠.

하지만 스티브잡스는 MacBook Air를 소개할 때 재활용 가능한 알루미늄, 유해물질의 제거, 적은 부피의 포장재등 친환경 요소들에 대한 언급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크게 대두 될 것이 자명할 것이고, 애플은 이를 위한 포석을 둔 셈입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 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Perfection is achieved, not when there is nothing more to add, but when there is nothing left to take away.) " 이제는 인용하기에도 다소 진부한 생텍쥐베리의 말을 빌려 봅니다. 애플은 이 말의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터치패드로 가능한 수많은 제스처중에서 단 몇개를 남겼습니다. 더 뺄것이 없습니다. USB 한 개, 오디오와 비디오 출력단자. 더 뺄 것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래서 완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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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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