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트에서 UX design 프로세스는 다양한 스킬과 툴을 준비해 두고, 필요할 때 적절하게 꺼내 쓰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수많은 UX design 방법론중 주로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상황에 따라 달라요.’ 라는 원론적이고 무책임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요. 그래도 제가 고려하는 몇 가지 가이드가 있습니다.   

애플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보면 Paired Design Meetings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매주 두 종류의 미팅이 있는데 하나는 모든 제한을 무시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Go crazy" 미팅과 다른 하나는 이것과는 완전히 반대로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것을 "Nail down"하는 미팅이라고 합니다. 

IDEO의 Brainstorming 방법에는, 전통적인 확장 도구인 브레인스토밍 방법 (다다익선, 비판 금지, 별난 아이디어 환영, 합치고 더하고)과는 좀 구별되는 “주제에 집중하기 (Stay focused on the topic)” 라는 항목이 있는데요, Wild Idea들을 종용하면서 동시에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얼핏 듣기에 당연하고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이 두 가지 원칙이 종종 충돌하기도 합니다. 누구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자는 차원에서 이야기했는데 누가 듣기에는 회의시간에 농담 따먹기 하자는 거냐고 여길 수도 있거든요. 어느 것이 주제에 벗어나는 아이디어고 어느 것이 아닌지 명확히 획을 긋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제 경우에 일단은 펼치고 나중에 집중하는 주로 방법을 사용합니다.

수많은 UX design 방법론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여기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위 그림은 즉흥적으로 만들어본 프로세스인데, 프로젝트는 요즘 유행하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보는 것으로 가정하면, 일단 무식하니까 공부하자는 차원에서 리서치를 수행합니다. 다양한 리서치 결과들로 Affinity diagram 등을 통해 몇 가지 테마를 발굴 할 수 있겠죠. 다음에는 FGD등의 사용자 조사를 통해 사용자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타겟 사용자가 될 수 있는 페르소나를 작성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의 Ideation을 진행해 많은 아이디어를 뽑고 그것들을 평가해서 몇 가지 후보를 선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정된 아이디어들을 간단히 프로토타이핑해보고, 다시 테스트를 거쳐 최종 후보를 실제로 개발구현하는 프로세스입니다. 


위 그림을 다시 그려봤습니다. 다양한 리서치 결과들을 몇 가지 테마로 함축. 사용자 조사를 통한 여러 가지 사용자 요구와 라이프스타일을 몇 개의 퍼스나로 함축. 수많은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묶고 연결하고 평가해서 후보 아이디어를 선정. 몇 개의 후보아이디어를 빠르게 프로토타입 한 뒤에 최종적으로 하나를 구현. 발산과 수렴의 반복입니다. 제목에 ‘UX Design Process는 담금질’이라는 비유를 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생명체의 진화와도 유사합니다. 진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돌연변이와 같은 유전적 변이가 증가되는 기작과, 자연선택과 같은 유전적 변이를 감소시키는 기작이 반복되어야 하는데, 위에서 말한 발산과 수렴의 반복과 유사한 부분입니다.

정량적인 도구와 정성적인 도구를 잘 섞어 쓰는것이 바람직 하듯이, 확장과 수렴도 잘 배합해서 써야 합니다. 적당한 수렴없이 확장만 계속 하면 배가 산으로 가는 프로젝트가 되어버리고, 반대로 확장 없이 수렴만 하는 프로젝트에서는 혁신을 기대하기가 힘들겠죠.



Posted by 진영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