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design Process를 결국 한마디로 함축한다면 디자이너가 각 단계에서 여러 요구사항을 입력받아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의사결정의 순간이 오는데요, 이러한 Decision making은 오랫동안 심리학에서의 중요한 연구 주제중 하나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인간은 뛰어난 인지능력에 반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는 형편없다는 사실입니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편향 중 하나로 사람들이 자기가 이미 보유한 물건에 대해 실제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유효과(Endowment effect)가 있는데 이것은 사물뿐 아니라 무형의 아이디어에도 적용됩니다.  

심리학자면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너먼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비슷한 가치를 지니는 두 가지 물건, 예를 들어 볼펜 한 다스와 머그잔을 준비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은 같은 비율로 두 가지 물건을 각각 선택하지만, 볼펜을 먼저 준 집단에 머그와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사람들은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머그를 먼저 주어도 볼펜과 바꾸려고 하지 않고요. 가격을 제시하라는 질문에는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물건에 두 배의 가격을 매겼습니다. (Kahneman et al., 1990). 

행동경제학자 댄 애니얼리도 그의 저서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유사한 사례를 듭니다. 몇 날 밤을 새워가며 겨우 얻은 풋볼 결승게임의 표에 대해, 운 좋게 표를 얻은 사람들이 표를 얻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신이 창조한 것에 대한 애착으로도 나타납니다. “경제 심리학”에서 소개한 하버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자신이 직접 만든 종이접기 작품에 대한 가치(25센트)를 전문가의 결과(27센트)과 거의 유사하게 책정을 하였지만, 다른 학생이 접은 비슷한 수준의 작품은 불과 5센트로 가격을 책정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비단 유형의 사물뿐만 아니라 무형의 아이디어에서도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더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Ariely, 2009, 2011). 

재미있는 것은 소유효과가 사람뿐 아니라 원숭이들한테도 있다는 것입니다. 원숭이들이 비슷한 선호도를 보이는 음식인 과일과 시리얼을 주었을 때, 서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어도 바꾸려고하지 않습니다. (Lakshminaravana, 2008). 이런 실험결과를 통해 연구자들은 사람들한테 보이는 편향이 후천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진화과정에서 선천적으로 생겼다고 주장합니다. 

Muller-Lyer ,1889

이와 같은 사고의 편향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두 선분의 길이가 실제로는 같다는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알아도 위쪽 선분이 더 길어 보이는 착시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자기의 아이디어가 실제보다 더 좋아 보인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그렇게 생각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결국 이러한 인간의 성향 때문에 UX Design 과정에서 구체화할 아이디어를 선정하고자 할때 모두 비슷한 수준의 아이디어라면 각자 자기의 아이디어가 더 좋다고 여길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남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역지사지해보면 다른 사람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더 좋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남을 설득하려면 내 아이디어가 그 사람의 것보다 두 배 이상 좋아보이게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다르게 말하면 만약 자기 아이디어와 남의 아이디어가 비슷해 보인다면 그것은 남의 아이디어가 더 좋은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죠.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만약 내 아이디어가 두 배 정도 좋아 보여야 비슷한 수준의 아이디어일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확신과 주인의식을 갖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자기의 아이디어만이 좋다고 여기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UX Design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선정 할때 이러한 성향을 고려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는 다시한번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득 할 때에는, 그 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포스트는 지난 UX Camp Seoul에서 “Decision making in UX Design”의 제목으로 발표했던 3가지 목차(Endowment effect, Tradeoffs, Loss aversion) 중 첫 번째 내용입니다. 
 
Posted by 진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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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지윤 2012.01.08 1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생각을 전개하는데 항상 많은 도움이 됩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2. Favicon of http://designkiller.blog.me 당근킬러 2012.07.05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았숩니다.
    항상 아이디어 회의 할때 절충안을 찾기
    어려운 점이 이런 소유효과 때문이었군요.
    다른사람의 아이디어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제가 되어 좋은 결과물이 나올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