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UX 디자인의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제목을 보시고 잘 정리된 사용자경험 프로세스를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UCD (User Centered Design)관련 업무를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에 관심을 두엇던 것이 프로세스였습니다. 물론 아직도 여기저기서 프로세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 편이죠. 특히 성공 제품의 경우 더 그런데 왠지 그 프로세스대로 만들면 나도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위 그림은 지난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UX Week 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2007 리본 UI 디자인 프로세스를 소개한 화면 입니다. 이런 개략적인 프로세스는 누구나 쉽게 금방 작성이 가능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과제 기획단계에서의 프로세스는 이정도 밖에는 적을수 없었던것 같습니다. 세부 Activity들이 포함된 자세한 프로세스는 과제 결과보고서를 할 시점에야 작성이 가능했었죠. 미리 계획하기 보다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서요.

지난 여름 몇 주간의 일정으로 자동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숙소를 예약하고 여기저기에서 여행기들을 읽고 책들을 보면서 정보를 모아 목적지까지의 이동경로를 지도에 미리 그려보고 예상 이동시간과 중간에 쉬어갈 곳도 미리 계획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과 참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다녀온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벤치마킹하고, 목적지에 해당하는 결과물이 있고, 경유지에 해당하는 중간 결과물이 있으며 목적지까지 가는 길, 즉 프로세스가 존재합니다. 막상 길을 떠나면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 될 수 있겠네요.

똑같은 목적지라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경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주변 경치나 도로사정등을 고려하고 이미 가봤던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많이 참조해서 이동경로를 결정했습니다.  결국 다녀보니 계획을 자세히 세운 날일 수록 여행하기가 수월하더군요. 이제 곧 뭐가 나오겠구나, 도착 시간이 얼마나 남았구나등 예측하기가 쉬웠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다른사람들이 다녔던 대로 미리 세부 계획을 세웠던 날들은, 여행이 수월하기는 했지만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더군요.
 

  왼쪽은 제가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은 Google Map에서 해당 지역의 사진을 찾아본 결과입니다. 보시다 시피 거의 똑같은 사진들이 이미 많이 업로드 되어 있었습니다. 저 곳 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 였고요. 여행의 결과물이 꼭 사진은 아니겠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이 보고간 그런 경치를 똑같이 보고 갔던 것이죠. 하지만 여행 도중에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찾아가본 곳에서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만의 결과물을 찾아낸 것이죠.

 어떤 정형화된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길을 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등산을 할때도 잘 닦여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정상에 올라가면 동네 등산객들이나 막걸리를 팔고 있는 상인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원했던 결과가 그런것은 아니겠지요. 누군가 이미 기획했던 서비스. 누군가 이미 만들어낸 제품. 그런것을 결과물로 얻고자 과제를 시작한 것은 아닐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잘 닦여있는 길을 따라가길 원하면서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려는 것은 모순입니다. 우리는 다른 봉우리를 찾아야 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계획을 세워보죠. 원하는 목적지까지 길이 없습니다. 더우기 일단 숲에 들어서면 나무에 가려 목적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나침반을 들고 방향을 잃지 않고 계속 가는 수 밖에 없겠죠. 이런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여러가지 생존(?) 스킬입니다.

IKEA에서 DIY제품을 주문해다가 만드는것은 동봉되어 있는 두세가지 툴만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누가 만들던 거의 똑같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하지만 원목에서 나만의 의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구상자가 필요합니다. 그 안에는 망치, 톱, 끌, 사포등 정말 다양한 도구들이 들어있겠죠. 언제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저는 UX design에서의 프로세스는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스킬과 툴을 준비해 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때 그때 필요할때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아이디에이션을 하는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더 안나오면 계속 회의실에서 마른행주 쥐어짜는 것을 그만두고 다른 Idea Generation 방법들을 써볼 수 있을 것입니다. Idea Generation Methods 만해도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Brainstorming 이라는 툴밖에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은 계속 그 방법을 쓸수밖에 없을테지만 말입니다.

네모박스에 화살표로 그려진 도식 보다는 오히려 아래 그림이 UX 디자인 프로세스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디자이너가 요구사항을 받아서 결과물을 내는 작업이 UX 디자인이고 그 결과는 디자이너의 역량에 달렸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면 미리 도구를 잘 준비해두고 자신의 역량을 높이면 프로세스가 개선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림 : Leah Bu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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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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