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son & Goldstein)
위 그래프는 장기기증의사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인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교수가 TED에서 소개한 사례인데요. 같은 유럽인데도 왼쪽 네 개의 국가는 참여 비율이 낮고 오른쪽 일곱 개의 국가는 참여 비율이 높네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국민성? 종교? 흔히 말하는 Cultural Difference? 비슷한 문화권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와 벨기에, 덴마크와 스웨덴이 서로 다른 그룹에 속해있는 것을 보면 그건 아닌 모양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설문지의 차이였습니다. “장기 기증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체크하세요” 라는 설문지를 받은 사람들은 체크를 안 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죠. 반면, “장기기증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으려면 체크하세요” 이런 설문지를 받은 사람들 역시 체크를 안하고, 이번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됩니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이 사례로 사람들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는가를 설명했는데, 어떻게 보면 설문지를 디자인한 한 사람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들이 정지선을 지키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경규가 나타나서 양심 냉장고를 건네주면 될까요 아니면 안전벨트 때 처럼 강력하게 캠페인을 벌여 단속하는 것이 좋을까요. 스페인에서 운전을 하던 중에 가끔 신호등을 보려면 고개를 뒤로 젖혀야 할 때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알고 보니 신호등의 위치 때문이었습니다. 자동차용 신호등이 횡단보도 지나서 있는 것이 아니라, 횡단보도 전에 있습니다. 즉, 정지선을 지키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세워져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더 확실한데요, 정지선 우측으로 옆에 나란히 신호등이 있습니다. 만약 정지선을 지나서 횡단보도 바로 앞에 선다면 운전석에는 신호등을 볼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정지선을 지킬 수밖에 없게’ 만든 신호등이죠.
눕지 마시오. |
앉지 마시오 |
올라가지 마시오 |
뉴욕에서의 사진들인데요 각각 제목을 붙여 봤습니다. 이 사진들을 보고서 한 친구는 ‘참 뉴욕스럽다는’ 표현을 하더군요, 비록 무시무시해 보일지는 몰라도 저는 애착이 갔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디자인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오히려 인간적으로 생각되더군요. 앉기 좋은 높이와 형태로 만들어놓고 ‘앉지 마시오’라는 사인을 걸어 놓는것이 다리 아픈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가혹할 수도 있습니다. 앉지 못하게 하려면 앉지 못하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더 좋은 디자인이 아닐까요.
대부분 들어보셨을 텐데, 잘못된 UI 디자인으로 인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들 중 하나가 2000년 미국 대선시 Palm Beach에서 사용된 투표용지가 있습니다. 출구조사에서 낙승이 예상됬던 Al Gore가 개표결과에서 George Bush에게 지게 되는데 그 원인이 바로 잘못 디자인된 투표용지에 있었죠. 양쪽으로 배치된 10명의 후보자들중 원하는 위치에 구멍을 뚫어서 투표를 하는 방식입니다. 즉, 왼쪽 두번째 후보자 Al Gore를 선택하려면 세번째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두번째가 아니고요. 실제로 두번째 후보인 Buchanan은 특별한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몰표를 받았고, 실험을 통해서도 약 4%의 확률로 Al Gore를 찍으려는 사람이 실수로 2번째 구멍에 투표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Xerox PARC 시니어 UI 리서쳐 Stuart Card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살 세상은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We should be careful to make the world we actually want to live in.)"
Rich Gold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일생동안 정크족을 위해 쓰레기를 더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왕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직업을 택했으면 적어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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