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의사결정 이론들은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기대효용을 극대화하는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으로 간주하였다. 하지만 현실의 인간은 인지능력의 한계를 가지며 오직 '제한된 합리성'만을 지닌다는 것을 밝힌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후, 이러한 전통적 의사결정 이론의 전제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또한, 추단과 편향(Heuristics and biases)을 통한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에 관한 연구로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이 다시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면서 선택과 결정에 대한 인지과학적 접근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의사결정에 대한 인지과학적 관점에 의하면 인간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자가 아니며, 인지능력의 한계 내에서 정확성을 일부 포기하고 비합리적인 추단을 통해 효율적으로 빠른 정보처리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각 디자인 과정을 이끄는 주체인 디자이너들 역시 인간이므로 여러 가지 인지적 사고편향에 자유로울 수 없으며, 디자인 과정에서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외에, 계획 단계에서 프로젝트의 주제를 결정하거나 조사 단계를 통해 여러 증거를 얻고자 할 때, 디자이너들은 확인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질 수 있다. 확인편향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믿음을 확인 해 줄 수 있는 증거만을 찾거나 반대로 이를 반증하는 증거는 무시하고, 재해석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선호하는 이론과 일치하지 않는 증거를 접하게 한 결과, 증거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재해석하여 자신의 믿음과 합치되는 것으로 만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발견하였다.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편향에 빠질 때 자신의 프로젝트 주제에 유리한 소식들만 선별하여 취득하거나, 다른 대안에 대한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사용자중심 디자인 프로세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결과물이 요구사항을 만족하게 하지 않는 경우 언제든지 이전단계로 돌아가는 Iteration과정에 있다. 하지만 Iteration을 위해서 디자이너는 자신이 진행해온 중간 결과물을 버리고 새로운 결과를 찾아야 하는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손실로 인해 잃는 가치를 새로 얻는 가치보다 더 크게 느끼는 손실회피(Loss aversion) 경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정의하는 단계에서는 가용성(Availability)을 유의해야 한다. 가용성이란 어떤 범주의 빈도나 사건의 발생 확률을 그 것이 얼마나 쉽게 생각 나는가로 평가하는 오류를 말한다. 가용성 추단에 의해 자신이 경험했거나 들은 정보를 이용해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운데,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발견하고자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경험이나 요구사항 혹은 자신의 주장을 일반적인 현상인 것처럼 오해하여 이를 문제로 정의하는 경우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자 조사를 하거나, 페르소나를 대상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디자이너의 주관적인 성향이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문제를 객관화시키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든 디자인 과정이 끝나고 이를 회고(Retrospectives) 하거나 보고하는 단계에서는 사후판단 편향(Hindsight bias) 혹은 결과 편향(Outcome bias)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후판단 편향이란 특정 사건의 결과를 보고 난 후, 자신은 이미 진작부터 그런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고 있었다고 믿는 현상을 말하며, 결과 편향은 예전에 내린 결정을 과정이 아닌 최종 결과로 판단하는 경향으로 결정 당시에는 합리적이었던 믿음들을 적절히 평가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인간들은 약 145 종류의 사고 오류 속에서 살고 있다. 디자이너가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항상 동료나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Posted by 진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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