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터치가 대세입니다. LG는 아예 CYON의 슬로건을 "Touch The Wonder"로 바꾸었고, 삼성전자도 피드백 기능을 추가한 전면 터치폰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온통 안동 찜닭집 처럼 우르르 몰려가는 이유가 아이폰 때문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혹자는 '원래 시장에 터치 폰이 나올 시점이었고 우연히 아이폰이 먼저 나왔을 뿐' 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 지만 , 글쎄요 … 터치가 최근에 새로 개발된 기술도 아니고 아이폰 출시 후 부랴부랴 우르르 출시된 것을 보면 별로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구글에 "iphone killer"라고 검색해 봤습니다. 257,000개의 결과가 나오더군요. 이미지 검색결과만 해도 10,000개가 넘습니다. 대부분 전면 터치폰의 폼팩터를 가지고 있네요.

물론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뛰어난 분들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알기 때문에 '아이폰 따라쟁이들' 이라고 행여나 폄하하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네요.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식당에서 새로운 요리를 개발했다고 칩시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그러면 그 요리를 사서 먹어본다고 똑 같은 요리를 만들 수 있나요? 아니죠. 아마 요리가 만들어지기 전의 식재료와 레시피에 대한 정보를 구하려고 할 것입니다. 제품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떤 제품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서는 완성된 제품을 분해해서 똑같이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그 제품의 철학이나 컨셉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폰은 단순히 터치폰이 아닙니다. 아이폰에는 다른 의미가 있는데, 바로 2007년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소개하면서 인용한 Alan Kay의 말에 답이 있습니다.

"People who are really serious about software should make their own hardware"

소프트웨어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한 폰. 제 생각에는 바로 이게 아이폰의 의미 이고, 터치는 그 소프트웨어를 잘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선택 된 것뿐입니다. 아이폰을 제대로 벤치마킹 하려면, 단지 수단인 터치 폼팩터를 따라하는 것을 그만두고 아이폰처럼 수 년간 꾸준히 소프트웨어를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거기에 맞는 새로운 하드웨어 폼팩터를 찾아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금광을 발견했다면 금광의 위치를 알고서 따라가야 하는데 지금의 분위기는 '누가 금광까지 말타고 갔다 더라' , '그래? 그럼 우리도 말타고 가자 … 근데 어디로?' 뭐 이런 분위기랄까요. (사실 남의 금광을 따라가기 보다는 새로운 금광을 찾아내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Wii 가 자이로 센서를 넣은 게임기입니까? 아닙니다. Wii(We)라는 이름처럼 함께 즐기는 게임기 입니다 . 그 컨셉을 유지한다면 비전 인식을 사용하던 위모트를 사용하던 수단은 중요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NDS가 듀얼 스크린 게임기 인가요? 아닙니다. 일부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여성들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기 입니다, 아이폰이 터치 폰인가요? 마찬 가지 이유로 아닙니다 .

다른 사람이 열심히 키운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봐야 결국 사과쨈이나 사과주스밖에 못 만듭니다. 정말 경쟁력을 가지려면 힘들고 당장은 얻는 것이 없더라도 나무부터 심어야 합니다. 그래야 오렌지를 따던, 배를 따던 사과와 경쟁할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테니 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들도 전면 터치폰 (3/24일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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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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