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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물병을 꺼내고 냉장고 문을 닫으니 전면의 작은 LED창에 불이 들어오더군요. 저 불빛 덕분에 컵을 꺼내서 물을 따라 마실 수 있었습니다. 전등을 켜지 않고서 말이죠. 원래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디자인 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제법 좋은 UX를 제공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연이 아니라 제대로, 냉장고에  간단한 적외선센서와 광센서를 장착해서 주변이 어두울때 누군가 다가오면 살짝 불을 밝혀주는 기능을 추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적이 있었죠.

다른 상황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또 한번 있는데요, 예전에 MIT 미디어랩에 다녀온 후 있었던 일입니다. 오만 가지의 과제들을 둘러보고 귀국해서는 몇몇 과제의 담당자들에게 연락을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물론 명함들을 다 챙겨왔기 때문에 연락처는 알고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명함이 너무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누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명함들이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었죠.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사진들을 둘러보다 보니 해결 방법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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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제가 MIT 미디어랩에서 받아온 명함들이고 아래 사진은 데모 과제들을 찍어온 사진중 한장 입니다. 담당자의 명함이 사진에 같이 찍혔지만 아무리 확대해도 글자를 알아볼 수 있을정도의 해상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눈치 채신분도 계시겠지만 MIT 미디어랩 명함의 칼라 띠 패턴은 연구원들마다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저정도의 이미지만으로도 담당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과제의 담당자들을 말이죠. 패턴이 모두 다른 것이 저런 상황을 위해서 디자인 된것일까요? 글쎄요... 이런 상황을 겪은 저는, 내 명함도 멀리서 봐도 어떤 ID가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면 좋지 않을까, 아니면 컨퍼런스에서 나누어주는 네임택에도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고유의 칼라 패턴을 넣어서 나중에 멀찌감치 찍은 사람의 사진도 웹사이트에 접속해 패턴을 찾아보면 누군지 확인할 수 있게끔 해주면 어떨까, 머 이런 생각들이 떠 올랐습니다.

사용자들은 응용력이 좋습니다. 디자이너가 설계한 대로만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받침으로 부채질을 하고, 칫솔로 구두를 닦고, 볼펜심으로 귀지를 파고, 카메라로 메모를 찍고, 휴대폰으로 어둠을 밝히고, 엑셀로 게임을 만들고, 성냥개비로 탑을 쌓습니다. 이런 것들을 관찰해서 본래의 기능 외에 추가해 준다면 의외로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나저나 또 어떤 예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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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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