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User
지금의 회사에서 UCD (User Centered Design) 프로세스를 통한 UX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수 년 전 UX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뭔지 잘 모르고 UI 보다 좀더 있어 보이려고 사용하기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UI라는 말보다 더 범용적으로 사용 되는 것 같더군요. ) 지금은 제품 디자인에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과제완료 프레젠테이션에서 사용자 조사 결과를 이야기하면 "그런 거 해서 뭐 하는데" 라는 질문을 받기가 일쑤였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한 임원 분으로부터 이런 내용이 포함된 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모리타 회장이 “걸어 다니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오디오인 ‘워크맨’을 만들자”고 했을 때 직원들은 “그런 제품은 팔릴 리가 없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시장조사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시장조사는 어리석은 짓이다”라며 시장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객들은 무엇이 가능한지 모른다. 헨리 포드가 일반인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아마 ‘자동차가 아닌,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 말 때문에 UCD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tspace.library.utoronto.ca/html/1807/9836/jmir.html)
위 그림은 Human-Centered Design 프로세스의 ISO 스탠더드인데 여기서 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Identify need" 입니다. 사용자들이 "더 빠른 말" 을 원한다고 해서 곧이 곧 대로 "더 빠른 말"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UCD가 필요한 것이죠. 포드사에 UX 담당자가 있었다면 "더 빠른 말" 이라는 고객의 니즈를 듣고 사용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말" 이 아니라 "더 빠른" 에 있다는 것을 알아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포드사에 사용자 조사 담당자가 있었다면, "더 빠른" 이라는 니즈 외에도 "더 멋진" "더 안락한" "덜 먹는" 등의 더 다양한 요구사항을 얻어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위 워크맨의 경우에도 시장조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Prototyping이 필요한 것입니다. 세상에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워크맨의 시제품이 나온 뒤에 사용자에게 직접 걸으면서 음악을 듣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시장조사를 했다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리가 없겠죠.
물론 사용자의 니즈에만 목매달 수는 없습니다. 사용자 니즈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기술 혹은 서비스 등으로 번역되기 힘든 것들이 많습니다. "걸으면서 TV를 보고 싶어요" 이렇게 명료하고 친절한 니즈만 존재한다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심심한데 뭐 없어요?" 부터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등등 답 없는 요구사항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 문제죠.
이러한 고객의 니즈들을 해당산업 분야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으로 번역하는 것이 UX 디자이너가 해야 할 큰 역할 중 하나입니다.
2. Technology
사실 기술중심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은 UX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상당히 경계하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개발 되어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그로 인해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술개발 역시 그 시작은 사용자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IT쪽은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기술이 디자인을 이끄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지만, 도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 이미지 출처: Siemens Picture of the Future의 구글 캐쉬 페이지 - 원문링크가 깨져서 대신합니다)
위 이미지는 지멘스사의 미래 전망 모델입니다. 로드맵을 통해서 근미래를 전망하고 (Extrapolation), 시나리오를 통해 원미래를 전망(Retropolation)하여 이 둘이 만나는 중기 미래를 전략적으로 대비 하게 됩니다. 기술은 여기서 말하는 Extrapolation이 가능한 로드맵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어의 법칙이나 황의 법칙 처럼요. 디스플레이는 점점 커질것이고, 무선통신의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이고, 메모리는 점점 대용량이 될 것이고… Flexible Display는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수 많은 컨셉 디자인 제품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예측 가능한 기술의 발전을 통해 UX 디자이너는 미리 제품과 서비스를 상상 할 수 있게 됩니다.
3. Vision
디자이너가 미리 정한 컨셉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이끄는 방법입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이 부분 이었는데 아직 숙제입니다.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뛰어난 영감을 가진 디자이너가 연구소에서 멋진 제품을 만들어 내고 또 사람들이 이것을 좋아한다.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요.
“아직 세상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크리에이터 이기에, 컨셉 Lab에서는, 앞으로의 상품 컨셉을 생각하는 작업을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진척시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저 관찰로부터 다음 상품 컨셉을 생각하는 작업도 있지만, 소니의 경우 그러한 작업은 CS부문이 담당하고 있다”
Sony Creative Center의 도즈카 카이이치 소장의 말입니다. Sony S.E.T Studio (Concept Lab)은 소니 CSL과는 다른 방법, 바로 연구원의 창의력을 통한 신 상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접근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Workers (Engineer)와 Consumers(User) 가 경제를 이끌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부터는 Creatives의 시대입니다. (참고로 전 공돌이출신) 결론은, User, Tech, Vision 어느 하나가 디자인을 이끈다기 보다는 3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Vision 없는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큰 감동을 주기 어려우며, Technology가 뒷받침 되지 않는 디자인은 그냥 꿈꾸는 소리일 뿐이고 사용자 니즈가 없는 디자인은 그냥 자기 만족일 뿐이죠.
※ 이 포스트는 UC 버클리 Kimiko Ryokai 교수의 홈페이지에서 "What Drivces Design?" 라는 글을 보고 제 생각을 더해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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