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업무를 하다 보면 주변에서 이런 푸념을 많이 듣습니다.

'끝내주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요. 당장 현실화 된다면 대박 일텐데...'

구체화 되기 전의 초기 아이디어를 부를 때 흔히 Idea seed 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사실 Brainstorming 을 통해 얻는 아이디어들은 말 그대로 씨앗일 뿐입니다. 물론 씨앗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심기만 한다고 저절로 자라는 것도 아니지요. 키우지 않으면 과실을 딸 수가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켜줄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현실화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명료해 보이는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실제 개발을 해보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도출됩니다. 자잘하게 고려할 사항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그래서 프로토타이핑을 하기도 하지만 직접 개발과정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으면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디어가 실제로 현실화 되는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저런 푸념을 하는 것은 그냥 투정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자, 어쩌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서 좋은 품종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유능한 개발자들과 함께 열심히 그 씨앗을 잘 키워서 풍년이 들었다고 칩시다. 그러면 뉴스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풍년..."  날씨가 좋아서...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사실 시기를 맞추지 못하거나 한번 태풍이라도 불어버리면 그 해 프로젝트는 망쳐버리기 마련이지요. 훌륭한 아이디어들도 실제로 빛을 보기까지는 수 십 년이 걸린 예가 많이 있습니다.

  구상된 년도 현실화 시점 Gap
항생물질 1910 1940 30년
심박조율기 1928 1960 32년
인스턴트 커피 1934 1956 22년
핵 에너지 1919 1965 46년
사진 1782 1838 56년
지퍼 1883 1913 30년
인터넷 1962 1994 32년

from: Horizon 2020

날씨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미리 안다면 어느 정도 대비 할 수 도 있겠죠. 그래서 UX 담당자들은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미래 예측을 할 때 STEEPV - Social Factor (사회), Technological Factors (기술), Economic Factors (경제), Environmental Factors (환경), Political Factors (정치), Values (가치) - 를 고려하는데 이 항목들은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도 고려해야 할 항목들입니다.


말이야 쉽지만 사실 혼자서 저 많은 항목들을 모두 꿰차고 있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지요. 그래서 많은 UX 팀들은 multidisciplinary 하게 구성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인문학 쪽에 계신 분들이 참여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겨우 사용자 전문가나(Social) 엔지니어(Tech)가 참여하면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하긴 넓게 보면 좋은 것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모든 일이 그렇듯 비용 대 효용의 문제겠지요. 언젠가는 저런 드림 팀을 구성해서 한번 과제를 해보고 싶네요.

 


Posted by 진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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