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3 - [UX] - 좋은 사용자 경험이란 - 1 : 사람
수년 전 Funology(Fun + Technology) 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HCI 쪽에서도 이를 다룬 책이나 아티클등이 많이 쓰여졌었습니다. 과거 효율성을 중시하던 HCI 이론에서도 보다 감성적인 팩터들을 고려하기 시작하였고 그 중의 하나가 재미 입니다. 일례로 John M. Carroll은 "Fun은 사용성의 개념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하고 명백한 예" 라고 했습니다.
비단 최근 뿐 아니라 오래 전에도 HCI에서 재미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남아있는데요, 1988년 SIGCHI bulletin 에서 "The confusion between fun and ease"라는 주제로 Fun 과 Ease의 관계에 대해 언급된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Easy'는 본질적으로 '단순함'을 암시하는데 전형적인 'Fun'의 예들은 충분한 복잡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뻔한 농담이나, 쉬워빠진 게임들처럼 실패 할 것이기 때문이죠. 이처럼 서로 다른 성격의 Fun과 Easy 사이에도 그럴듯한 관계가 있는데, 어떤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쉽다면, 그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다른 소프트웨어의 학습 경험과 비교해서 재미있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이 재미있다면, 더 자주 사용될 테고, 결과적으로 더 쉬워 지게 됩니다. 그럼 결국 소프트웨어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는 가능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단순함 만으로 '재미'있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재미 있는 경험은 더 매력적일 뿐 아니라 사람들이 더 많이 시도하게 하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에 대한 연구가 더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첫째, Easy of use 는 작업수행시간, 학습시간, 오류의 수 등으로 측정이 가능하지만 fun은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고
둘째, 연구분야의 우열관계 때문인데 Fun은 연구하는 사람의 캐리어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라는 의문점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위 글이 쓰여진 시점이 20년 전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테지요.
Technology need hierarchy (Hum@a, 2004, Jacob van Kokswijk)
Jacob van Kokswijk는 그의 저서 Hum@n에서 Technology need hierarchy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는데. 비상시에 해야 할 일이 가장 밑단의 요구사항이라면, Fun을 위한 기술이 가장 상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Fun'한 인터페이스를 디자인 할 수 있을까요? 벤 슈나이더만은 2004년 10월 "Designing for fun: How Can We Design user Interfaces to Be More Fun?" 에서 인터페이스를 더 재미있게 디자인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1. Alluring "metaphors" (매혹적인 메타포)
2. Compelling "content" (끌리는 컨텐츠)
3. Attractive "graphics" (아름다운 그래픽)
4. Appealing "animations" (매력적인 애니메이션)
5. Satisfying "sounds" (만족스러운 사운드)
How can we design interface to be more fun? (Ben Shneiderman)
흥미롭기는 하지만 솔직히 크게 도움이 되는 단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잘 해보자' 라는 정도랄까요. 그래서 작년초 Fun UI라는 주제로 '재미'를 모바일 디바이스의 인터페이스에 적용하고자하는 과제를 진행하면서 몇몇 팀원들과 과제 초기단계에서 과연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Fun Factor들이 무엇인가를 연구했는데요, FGI, 문헌조사, 브레인스토밍 및 설문평가등의 과정을 통해 Fun Factor 들을 도출한적이 있습니다.
물론 감성을 중시한 디자인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감성이란 극히 순식간에 발생하고 금방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디자인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Darmstadt University of technology의 Marc Hassenzahl 는 "Emotions can be quite ephemeral. We cannot design them" 라는 글에서 최근의 HCI에서 emotions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합니다.
감성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감성은 Context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제품만으로는 감성을 보장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제품관련 감성은 love, hate, liking, disliking 과 같은 좋고 싫은 것에 대한 감성들인데 이것들은 순간적이고, 상황에 의존하며 누가 좋아하는 것을 누구는 싫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용자의 needs의 성취가 긍정적인 emotions을 발생시키게 된다.
사실 재미를 다룬 연구나 책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과 같이 근본적으로 재미 자체가 목적인 아닌 담에야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목적인 HCI 에서 재미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겠죠. 좋은 사용자 경험에 대한 3번째 힌트인 '재미'. 쉽지는 않겠지만 재미가 주는 UX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도전해 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적인 경험은 쉬운 경험만 못하고, 쉬운 경험은 재미있는 경험만 못하게 마련이지요.
덧) 어쩌다가 보니 '좋은 사용자 경험이란' 이라는 제목으로 시리즈 처럼 포스팅을 하게 되었는데, 다른 내용들도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내용이기때문에 (예를들어 친절함, 사용자언어로 이야기하기등) 굳이 '좋은 사용자 경험'이라는 제목을 붙이는 포스팅은 그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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