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트 '우연히 제공되는 좋은 사용자경험' 이나 '왜 내 아이디어들은 빛을 못 볼까' 에서 언급한 것 처럼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불확실성이 가미됩니다. 딱 노력대비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같은 회사에서 나온 제품이라도 모두 똑같은 수준이 아니고, 같은 사람이 만들어도 어쩔때는 실패작이 나오기도 하고 어떨때는 꽤 괜찮은 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결국 확률인데 중학교 때 배운 정규분포 그래프를 떠올려 보면,
C 점이 어떤회사가 만들어내는 제품의 평균적인 수준이고, B가 어쩌다 나오는 히트상품, A가 목표로 하는 혁신제품의 수준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점은 정규분포 그래프 밖에 있는 점이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이 상태에서 계속 무작정 새로운 제품을 찍어내는 것은 무의미 합니다. 죽이는 제품 A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언가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파란색의 전체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간 별동대를 조직하는 방법입니다.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고 또 자주 시도지는 일인데 TF등의 이름으로 소규모 조직을 만들면 때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그 사람들이고, 본래 조직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파란색 내부에 머무를 찬스가 높습니다. 게다가 어쩌다 한번 A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다음에 또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방법이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 인데, 조직의 역량 전체를 Shift 하는 것으로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추구해야 하는 방향입니다. 히트 제품들을 단발적으로 한 두 개 만드는 회사들은 사실 별로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모토로라는 Razr로 슬림폰 열풍을 주도했지만 결국 팔려나가니 마니 하는 신세가 되버렸습니다. Apple과 같이 꾸준하게 우수한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들은 평균값이 높은 회사입니다. 그들의 제품을 '저 정도 제품은 우리도 열심히 하면 만들 수 있어'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언제 미쳐서 우측 끝 단의 생각지도 못한 제품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지요
마지막 방법은 꾸욱 눌러서 쭈욱 늘리는 방법입니다. 물론 표준화나 프로세스 정형화 등으로 봉우리를 올려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반대로 안정적으로 평균적인 완성도의 제품을 만들어낼 찬스를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다양한 시도를 통해 A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반대쪽도 늘어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기존에는 용납할 수 없었던 초 실패작인 F 가 태어나게 되는데요 이런 실패를 용납해 주는 문화가 선행 되어야 하겠지요.
역시 두 번째 전체 평균을 높이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방향입니다. 즉, 하나의 혁신 제품을 만드는 것은 모든 제품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올라가야 가능해 집니다. 이처럼 덩어리 전체를 오른쪽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단 세번째 방법을 시도해서 A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내고, 그 경험과 능력을 토대로 A점을 고정해 다시 몸을 세우는, 마치 애벌래가 꿈틀 꿈틀 기어가는 모습으로 오른쪽으로 꾸준히 기어 나가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일명 꿈틀꿈틀 혁신입니다. :)
※ 위 포스트는 DBR (동아 비지니스 리뷰) 2008 년 8월호에 "혁신 제품 개발을 위한 세가지 방법" 이라는 제목으로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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